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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에 가면 가을빛이 가득 번진 들판, 황금색으로 물든 논과 밭, 그 뒤로 바다와 산이 겹겹이 펼쳐진 고즈넉한 마을 한쪽에 이승희 씨의 집이 자리하고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도열해 있는 장독대가 눈길을 붙잡는다. 20년 넘게 정성으로 담가온 장들이 햇살과 바람 속에서 묵은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소개하는 해남 두부장 구입 문의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도시에 살던 시절, 이승희 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2001년, 갑작스러운 암 진단을 받고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의사가 해 준 조언은 발효 음식을 꾸준히 챙겨 먹으라는 것이었다. 치료와 건강을 위해 조용한 시골로 내려온 그녀는 그때부터 전통장 만들기를 삶의 한 축으로 삼게 되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이승희 씨가 가장 공들이는 장이 있다. 바로 ‘두부장’이다. 직접 만든 두부를 단단하게 눌러 물기를 제거하고, 포 보자기에 넣어 잘 익은 된장 속에 깊숙이 묻어둔다


약 100일 정도 기다리면 된장의 맛과 향이 두부 깊숙이 스며들며 부드럽고 고소한 별미가 완성된다. 이 음식은 할머니가 스님에게 배운 사찰음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함께 만들어주던 그 맛은 이승희 씨의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 고유의 귀한 발효음식이다.


오늘도 그녀의 집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른다. 커다란 가마솥에 콩을 듬뿍 넣고 삶으면 고소한 냄새가 마당 가득 퍼진다. 연기 때문에 눈물을 훔쳐가며 콩에 뜸을 들이고, 다시 정성스레 찧어 황토방에서 숙성시키면 어느새 메주가 완성된다.



세월이 흘러 메주가 장으로 바뀌면 어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깃든 향이 깊게 배어 있다. 화려하거나 근사하진 않지만, 순하고 정직한 농촌의 시간이 스며 있는 이 작은 농장에서 이승희 씨는 오늘도 잊히지 않을 ‘고향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