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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천에는 네비게이션조차 길을 헤맬 만큼 깊은 산골에 마치 동화 속 오두막 같은 작은 집이 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외진 곳에 사람이 산다고 믿기 어려웠지만, 그곳엔 삶의 고통을 고요히 껴안은 두 여인이 살고 있었어요.
정데레사 씨(63),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김정순 여사(86). 오늘은 이 두 모녀의 가슴 깊은 이야기와 함께 👉‘데레사의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 영천 정데레사 꽃농장
데레사 씨는 한때 미국에서 20여 년을 살았다고 해요.짧은 결혼생활 끝에, 아직 젖도 제대로 떼지 못한 두 아들을 데리고 낯선 땅에서 삶을 다시 시작해야 했던 그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지난 세월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곁에 있었기에 기댈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죠.
👉정데레사 산골꽃밭
아이들이 어느덧 자라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을 무렵, 데레사 씨의 마음은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향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요.” 그 말처럼 그녀는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온 어머니와 하루아침에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죠.
서로의 생활 방식, 말투, 습관이 어긋나며 충돌도 있었고, 게다가 정착을 위해 시작한 작은 카페도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모든 게 버겁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데레사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듭니다. 미국에 남아 있던 큰아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 순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신을 붙잡기 힘들 만큼의 고통.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사람들을 피했고, 세상과 단절된 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영천의 깊은 산골입니다. 돌만 가득했던 산을 스스로 다듬고, 흙을 일궈 작은 집을 짓고, 비닐하우스를 세워 꽃을 심기 시작했죠.
그녀는 꽃을 통해 조금씩 삶의 온기를 되찾아갔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송이 한 송이 진심으로 돌보며 슬픔 위에 작은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 옆엔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 김정순 여사님이 계십니다.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는 딸을 위해 밥을 짓고, 꽃밭을 거들고, 때로는 그저 조용히 옆에 있어줍니다.
딸의 상처를 다 알지만 그녀 역시도 엄마로서의 아픔을 품고 함께 시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꽃을 키우며 데레사 씨는 다시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한 번에 피지 않고, 기다림 속에서 피는 꽃.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꼿꼿하게 버텨내는 꽃처럼 그녀도 삶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쉽게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데레사 씨처럼 때로는 그 아픔이 산속 깊은 외딴집으로 이끌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 삶은 여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 세상 모든 데레사 씨들에게 오늘 하루,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그녀의 꽃밭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