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동해의 끝자락 강원도 고성 아야진항이 분주해집니다. 고요한 바다 위로 하얀 포말이 일고,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포구를 스칩니다. 그 속에서 펄떡이는 생명들이 겨울 바다의 계절을 알려줍니다












새벽 세 시.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영재 선장이 배를 띄웁니다. 그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것은 바로 ‘물곰’, 지역마다 ‘곰치’라고도 부르는 동해의 겨울 별미입니다.
11월이 시작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이 시기 물곰은 가장 맛이 좋다고 하죠. 먼바다에서 그물을 올리고 돌아오면 항구에서는 늘 아내 박영자 씨가 기다립니다.
남편이 잡아온 고기를 하나하나 살펴 싱싱한 놈은 따로 골라 냉장고에 곱게 모셔둡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 물곰을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가 바다에서 잡고, 어머니가 손질하고, 아들이 그 고기로 따끈한 탕을 끓이는 것입니다.
세 사람의 하루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진짜 가족의 ‘밥상 협업’이죠. 고성의 겨울은 남쪽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옵니다.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릴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물곰탕 한 그릇을 떠올립니다.

맑고 하얀 국물, 부드럽고 쫀득한 살점,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 한 숟가락만 떠도 속이 풀리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입니다.
고성 사람들에게 물곰탕은 단순한 해장국도, 겨울 별미도 아닙니다. 그저 겨울을 견디게 하는 힘, 삶의 체온을 지켜주는 음식이죠.

새벽 어둠 속에서 출항하는 선장의 뒷모습, 항구에 스며드는 따뜻한 국물 냄새, 그리고 바다를 닮은 가족의 정. 그들이 전해주는 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동해 바다의 진심이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온도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추운 날이네요. 뜨끈한 물곰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데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