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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암. 이름만 들어도 한적한 산골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그중에서도 영암의 상징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산세 덕분에,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나오는 명산이죠. 

그 월출산 기슭 아래,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종닭 요리 식당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프랜차이즈 식당이 넘쳐나는 시대에, 겉멋보단 사람 냄새 나는 밥상을 고수하며 묵묵히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어요.

 

👉동네 한 바퀴 영암 토종닭 한 상

 

이 식당의 주인공은 박순님, 김용수 부부입니다. 이 부부가 차려내는 밥상은 흔히 볼 수 있는 닭백숙, 찜닭이 아닙니다. 직접 기른 씨암탉을 잡아 만드는 닭 육회, 짚불 닭구이, 닭내장탕 등 보기 드문 메뉴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지죠.

닭 육회는 특히 남도 지역에서 예전부터 즐겨 먹던 별미라고 해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신선한 닭을 얇게 저며 고소한 양념에 버무린 이 요리는 첫 입부터 놀라운 맛을 선사합니다.

 

대표 메뉴는 단연코 짚불 닭구이. 순님 씨가 어릴 적, 아버지가 짚을 태워 구워주시던 닭 맛이 그리워 직접 개발한 요리라고 해요.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 지금은 많은 이들의 추억 속 ‘시골의 맛’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네 한 바퀴 영암 토종닭 코스요리

 

이 식당이 시작된 건 순탄한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김용수 씨는 젊은 시절 택시 운전을 하며 외벌이로 삼남매를 키웠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부부가 함께 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순님 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학업을 포기했던 아쉬움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내 아이들만큼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식당. 

 

이제는 손주들에게 용돈 챙겨주는 게 새로운 낙이라는 부부. 자식을 키울 때는 몰랐던 또 다른 행복을 손주들을 통해 느낀다고 하니, 듣는 이의 마음도 절로 따뜻해집니다.

요즘처럼 트렌디한 음식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 식당의 밥상은 오히려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직접 기른 닭, 손으로 손질한 재료, 그리고 한 그릇 한 그릇에 담긴 진심. 맛도 맛이지만, 이 밥상엔 두 사람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영암 월출산 아래에서 만난 이 작은 식당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서 사람 사는 이야기와 따뜻한 정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