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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여름이 물러가고, 제주는 이제 부드러운 가을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바다 위로는 햇살이 반짝이고,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동네 한 바퀴 제주 2부’에서는 인생의 긴 여정을 지나 여전히 불 앞에서 삶의 온도를 지키는 한 노부부의 특별한 가게를 찾아갑니다.
동네 한 바퀴에서 소개하는 제주 노부부 짬뽕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제주시 한림항 인근, 낡은 상가들이 줄지어 선 골목길.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로 붐비는 작은 가게 하나가 있습니다.
이곳은 하루 단 3시간만 문을 여는 짬뽕집. 조금만 늦어도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라는 안내문만 남기고 문이 닫힌다고 합니다.



메뉴는 단출합니다. 짬뽕과 짜장, 오직 두 가지뿐. 그런데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단순함 속에 숨은 ‘진짜 맛’ 때문입니다.
육수도, 조미료도 없이 맑은 물에 해물과 채소를 듬뿍 넣고 끓여내는 방식. 복잡하지 않지만, 그 안엔 세월이 만들어낸 깊은 감칠맛이 녹아 있습니다.



한입 먹는 순간 느껴지는 그 진한 국물 맛에 누구나 “이 맛은 여기뿐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이죠. 이 집의 주인공은 입본 씨와 아내 은령 씨 부부입니다.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입본 씨, 그리고 그 옆에서 꼼꼼히 재료를 손질하며 남편을 돕는 은령 씨.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짬뽕 한 그릇에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입본 씨는 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중식 주방에서 보냈습니다. 서울의 이름난 중식당에서부터 제주에 이르기까지,
그가 불과 칼을 잡은 세월만 무려 52년.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며 한때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제주 산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여생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생의 습관처럼 손이 근질거렸고, 결국 아내와 상의 끝에 다시 불을 켜기로 결심했습니다.
딸들의 만류에도 “이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야”라며 다시 식당 문을 연 지 벌써 5년. 지금은 매일같이 손님들이 문 앞에 줄을 설 만큼, 두 사람의 짬뽕은 제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큰 주방의 북적임보다,
작은 식당에서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따뜻한 한 그릇을 내어주는 지금이 훨씬 보람차다고 합니다.



은령 씨는 매일 새벽 재료를 손질하고, 입본 씨는 여전히 불 앞에서 국자를 듭니다. 둘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짬뽕 한 그릇은 손님들에게는 맛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삶 그 자체입니다.



짬뽕 한 그릇에는52년의 세월, 땀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음식이지만 한 입마다 그들의 이야기가 스며드는 듯합니다.